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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사회적 재산, '사회적 기업'

<안산시 사회적경제 청년서포터즈 4기> 한시은

뉴스99 |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도를 사회가 따라가지 못했던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제도나 환경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직면했다. 이러한 문제의 키가 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의외로 기업일 수 있다.

사회적 경제란,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사회적 경제조직이 상호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사업체를 통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 주거 육아 교육 등 인간 생애와 관련된 영역에서 경쟁과 이윤을 넘어 상생과 나눔의 삶이 방식을 실현하고자 한다. 사회적 경제조직에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이 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의 예를 보면, 청각 장애인이 운행하는 ‘고요한 택시’가 있는데 청각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소셜 미션을 가지고 대학생이 창업한 에이블 테크 분야 소셜벤쳐 사업이라고 한다. 서울시, 경기도, 경주시를 기반으로 약 30여 명의 기사가 있다.

 

또 자동차 폐가죽 업사이클링 ‘모어댄’이라는 기업은 자동차 폐가죽을 이용해 가방을 만드는 회사로 BMW, 벤틀리와 같은 수입차 브랜드와 콜라보도 하고 BTS의 RM이 애용한다고 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반려동물 영양제 ‘밸리스’는 생태계 교란 어종(배스)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영양제를 만든다. 배스는 폐기물로 구분되는 걸로 아는데, 배스를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필자에게는 가장 인상 깊었던 사회적 경제 기업이다.

 

발달 장애인들이 일하는 회사, 베어베터

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소셜 미션에 의해 만들어진 회사이다. 네이버 초기 창업주가 설립한 회사라고 한다.

베어베터라는 기업의 마스코트 캐릭터 ‘빨간 곰 베베’ 또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 베베는 눈과 손은 빠르지 않지만, 우직하고 성실하며 무표정이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발달 장애인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발달 장애를 장애라기 보단, 하나의 특징으로 여기는 것 같아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일본에 있는 ‘주문 실수 넘치는 식당’은 치매가 있으신 할머니들이 주문을 받으시기 때문에 주문한 메뉴보다 다른 메뉴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으로 의미도 있지만 가챠(랜덤 굿즈)를 뽑는 기분으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재밌고 두근거릴 것 같다.

 

사회적 기업은 소셜 미션에서부터 시작한다. 창업을 통한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목적을 둔다. 고요한 택시나 베어베터는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소셜 미션, 밸리스는 생태계 보호라는 소셜 미션, 모어댄은 환경 보호라는 소셜 미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사회적기업과 일반적인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은 본질 자체가 다르다. 일반적인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이 기업 영속을 위한 투자 활동이라면, 사회적 기업은 사회 문제 해결 그 자체가 존재의 이유이고 목적이다. 즉 일반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은 기업의 수익 추구를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 반면, 사회적 기업은 사회 문제 해결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본질 자체가 다르다.

 

강의를 듣고 생긴 의문이 있었다. 강의 후,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 생각해봤다. 기업의 정의 자체가 영리 활동을 추구하는 조직체인데 어떻게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

고전적으로 기업은 재산상의 이익인 ‘영리’를 추구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나는 현대사회의 ‘기업’이라는 말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이 의문을 해소해보고 싶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인간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만 하지 않는다는 행동경제학과 같은 이론도 나오고 있다. 나는 기업을 어떠한 목적을 추구하는 조직체라고 새로 정의해보고 싶다. 사회적 기업에게 영리 활동이란 재산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소셜 미션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즉 사회적 기업의 영리 활동은 고전적으로 통용되는 영리와 다르며, 사회적 기업은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던 기업들과는 목적의 방향성이 다른 것이다.

나는 시대를 막론하고 자본으로 환산하지 못하는 가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기업은 소셜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들(창업주), 소셜 미션을 인지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소비자들), 사회적인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투자자들, 지원금을 줄 수 있는 정부) 등이 맞물린 거대한 톱니바퀴와도 같은 조직체라고 생각한다.

 

이 톱니바퀴의 많은 요소들 중 하나라도 빠지면 돌아갈 수 없다.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이롭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 돌아가는 사회적 기업은 어떠한 액수의 돈으로도 환산될 수 없는 이 시대의 숭고한 공동체적 정신이며 사회적 재산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이지 않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모두가 있기에 사회적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