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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꿈꾸는 미래 : 사람보다 자본, 국민보다 일본, 필요할 때만 청년

<온다 칼럼> 김송미(평등평화세상 온다 대표)

뉴스99 |

 

국가란 무엇인가.

2014년 4월 16일,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세월호를 보면서 우리는 물었다. 세월호참사 이전과 다른 국가를 만들기 위해 유가족과 국민들은 9년여의 시간을 함께 싸워왔다. 이들에게 미래는 온전한 진상이 밝혀지고 안전한 사회안전망이 만들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꿈꿀 수 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향한 현재가 있을 때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

2023년 3월 15일, 일본 덴소 자본의 기계를 빼내기 위해 대규모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한국와이퍼 공장 앞 도로는 경찰버스로 가득했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과거 용역 깡패들이 하던 일을 경찰들이 했다. 공장을 지키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경찰’들이 끌어내고 기계 반출을 도왔다.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에게 국가는 없었다. 아니, 도리어 국가가 나서서 ‘사람’이 아닌 ‘기계’를 지켰다.

 

경찰차에 새겨진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겠다’는 문구를 보고 한 여성노동자분이 말했다.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

 

외투 자본(외국인투자기업)은 한국 땅에서 각종 혜택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가져간다. 제대로 된 제재도 없어서 ‘먹튀 자본’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일본 덴소도 마찬가지다. 그런 ‘외투자본’이 위장 청산을 통해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런 경우 상식적으로 국가가 나서서 노동자들을 지켜주어야 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이미 법원에서도 노동자 동의 없는 청산은 안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가, 경찰이 나서서, 우리나라 노동자가 아닌 일본 덴소 자본의 편에 섰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의 폭력 진압 다음날은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일본 덴소 자본과 일본 정부로부터 한국와이퍼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에게 바치는 선물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고 있는게 아니다.

 

지금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은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청산이 철회되고, 일터에서 일하게 되는 현재를 꿈꿀 뿐이다.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

윤석열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 방안이라며 내놓은 제3자 변제 방안을 두고 한 말이다. 일본의 사과는 물론, 가해 일본 기업의 기금 참여도 빠진 방안을 두고 ‘미래를 위해 내가 생각해낸 방안’이라고 일본에 가서 자랑하듯 운운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대승적 결단, 누구를 위한 미래일까. 그 ‘미래’에 피해 당사자인 강제징용 피해자분들은 없었다.

 

‘미래청년기금’

이번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의 일환으로 한일 재계가 ‘미래청년기금(가칭)’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엥? 여기서 갑자기 청년이? 강제징용 문제 해결과 어떤 연관성도 없는 청년미래기금을 만들어 청년들을 갈등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청년들은 미래가 아닌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과 함께 현재를 살고 있다. 또, 제대로 된 사과와 해결 방안 없이 만들어진 미래는 없다.

 

청년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부가 주 69시간을 들고나왔다. 그간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반대 여론은 무시하던 정부가 청년, 특히 MZ세대라고 표현되는 청년들의 반발에는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년을 MZ세대로 구분하고 노동자, 여성들과 갈라치기 하며 본질을 가리고 있다. 청년은 미래가 아닌 현재고, 청년은 여성이기도 하고 노동자이기도 하고 MZ세대이기도 하다. 그렇게 청년들의 미래가 걱정된다면, 필요할 때만 찾지 말고, 청년들이 필요로 한 현재의 문제에 힘을 쏟는 게 답이다.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이 꿈꾸는 미래는 ‘사람보다 자본, 국민보다 일본, 필요할 때만 청년’을 찾는 국가가 아닐까 싶다.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게 되는 현재마저도 꿈꾸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오히려 윤석열 정부가 아닐까?

 

‘회복력시대’

얼마 전 읽은 제러미 리프킨의 책이다. 자본주의 폐해와 기후 위기로 재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회복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반도는 한미일 군사동맹까지 더해져 평화마저 위협받고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회복 없이 더 나은 미래는 없다. 피해자들과 노동자들, 청년들의 삶의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국가를, 현재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