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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 문제라니요

<온다 칼럼> 김효진(평등평화세상 온다 회원)

뉴스99 |

 

최근 교권 추락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교권이란 교육권을 의미하는데, 교육받을 권리나 교육할 권리를 모두 포괄하는 단어이다. 최근 일부 학생들이 다른 학우들과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사회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8월, SNS에 떠돌던 한 영상에는 수업 중인 교사를 무시한 채 교단에 누워 휴대폰을 하는 학생의 모습이 찍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후 교권 추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며 교권추락 회복 방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지역에서 나온 주장이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교권 회복을 명목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청구되었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란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학교 교육 과정 내에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례이다. 해당 조례에서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 폭력에서 자유로울 권리, 교육 복지에 관한 권리 등을 보장하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이 학생인권조례가 지나치게 학생 자율권을 보장해서 일탈이 늘었고, 교사가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게 하여 교권을 추락시키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학생의 인권을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여 추락한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살펴보자.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 정치 단체 및 학부모 단체, 그리고 보수 기독교 단체였다. 특정 종교 단체가 이 사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된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관련있다. 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서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이를 두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부 종교 단체에서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청구하고 지지하는 것이다. 아울러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청구에 관해 유엔 인권 이사회가 우려를 표명하자, 서울시 교육청이 유엔 인권 이사회에 직접 조사 및 평가를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이를 두고 다시 일부 정치인들이 ‘국제적 망신’이라고 발언하였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한편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안에 반대하여 여러 청소년단체와 교사단체에서는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며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미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관한 찬반논쟁은 교권 회복을 위해 제시된 해결방안인 것을 넘어 여러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으로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 게 맞는지 자꾸만 의구심이 든다. 당연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왜 지켜야 하냐고 따져 묻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번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관한 일도 마찬가지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제도적 차원에서 학생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권리를 침해 받지 않을 환경을 조성해주겠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그 보장이 지나쳐서 다른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정녕 학생의 기본 권리가 보장되면 교사의 권리 및 교권이 침해된다는 말이 하고 싶은 것인지 의문이다. 언제부터 학생과 교사가 대립하는 존재였던 걸까? 이와 관련해 학생인권조례 폐지청구안 반대시위에 참여했던 한 교사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일부 학생들의 일탈적 행위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말은, 몇몇 교사들의 일탈적 행위로 교권보호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과 같다.” 말 그대로 교권 회복을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른다. 비약적인 논리를 펼치면서까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도, 학생도 원하지 않는 이러한 조치를 강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를 지지하는 쪽에선 학생인권조례가 교실을 붕괴시켰다고 주장하지만, 학생의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교실이야 말로 정말 붕괴된 곳이 아닐까 싶다. 아울러 이러한 조치가 정말 교권을 회복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는 것은 게으른 조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권리 침해 문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그저 다른 한 쪽의 권리도 빼앗아 주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권리 보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권리 보장 중지인 꼴이다. 정말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교권추락의 제대로 된 원인규명도, 성공적인 문제해결 가망성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교권을 회복하고 싶다면 교권 침해에 관해 면밀히 검토하고,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교육 기관에 구조적, 제도적으로 어떤 공백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교권추락 문제는 단순히 누군가의 기본권 보장을 그만두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그렇게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되는 사안이다. 그 어떤 사회적 문제도, 인권이 원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