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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반월시화공단 휴게권 실현을 위한 사업단 출범

모든 노동자들에게 온전한 휴게권 보장을 위한 지원사업 필요성 외쳐

뉴스99 기자 |

 

반월시화공단은 2만 여개 업체, 25만여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국가최대 산업단지다. 부품업체가 밀집하여 타 공단보다 소규모영세업체가 밀집해 있어 업체당 평균 13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8월18일부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어 모든 사업장에 휴게실을 설치해야 하지만 법에서 2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예외를 두었다. 이로 인해 실제 열악한 공단 사업장은 설치의무를지지 않아도 된다. 이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와 월담노조가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근거로 9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반월시화공단 휴게권 실현을 위한 사업단’을 구성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8월 31일 오전 10시에 안산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열악한 공단노동자들의 휴게현실을 폭로하며 20인 미만 사업장에 휴게시설 의무화를 적용제외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월담노조 이미숙 위원장은 실태조사 결과를 요약 발표하며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을 통해 20인 미만 사업장은 휴게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게 면죄부를 주었다고 규탄했다. 업체당 13명꼴인 반월시화공단 노동자의 43.2%가 휴게실이 없다 응답했고, 20인 미만 사업장은 그 비율이 58%까지 올라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실태사진 응모를 통해 드러난 휴게실태를 보면 노동자들은 작업장 한쪽에 박스를 깔고 쉬거나, 공장 담벼락에 고임목 등을 놓고 쉬고, 보도블럭이나 개인 차량을 이용해 쉬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안산시흥일반분회 박태현 분회장도 공단 현실에 대해 말을 이어나갔다. 대부분 육체노동을 하는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10분 남짓, 짧은 점심시간의 휴식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고, 이를 온전히 보장하는 것이 필요한데 큰 사업장의 경우도 공간이 부족해 먼저 사람이 쉬고 있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쉴 수 없고, 대부분은 작업 공간 한 켠에서 쉬다 보니 먼지와 쇳가루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휴게실이 있다고 답한 사람들도 다수가 탈의실을 휴게실로 이용하는 실태로 온전한 휴게실이 없는 사업장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환경에 대한 접근을 단순히 휴게실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중소영세 사업장들의 전반적인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공단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나 산업단지공단, 고용노동부 등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안산지부 황훈재 사무국장은 발언을 통해 20인 미만 노동자들의 휴게권을 차별하는 시행령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행정관청이나 대기업은 온전히 쉴 권리를 보장받고 2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쉴권리 마저 보장받지 못하는게 당연하냐며 휴식의 권리는 노동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을 대변하여 이번 사업단이 구성되었고, 미조직노동자들을 위해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노동자들과 적극 교섭을 통해 나서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이후 사업계획과 휴게권 보장을 위한 정책 제안으로 먼저 반월시화공단에 있는 37개의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의 실태조사와 더불어 이들 공간에 공동휴게실을 설치하는 방안, 반월시화공단에 존재하는 720여개의 민간식당(함바집)을 거점으로 활용하여 휴게실로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 사용자 위주로만 설계되고 운영되는 산업단지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도록 노-정 교섭을 통해 청년들이 기피하는 공단이 아닌 노동자들의 복지와 인권이 같이 향상되는 공단을 위한 교섭들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휴게권 실현을 위한 사업단> 출범 기자회견

 

상시근로자 20명 이상의 모든 사업장(공사금액 20억원 이상 건설 현장 포함)에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8월 18일부터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이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장은 노동자가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하며, 사업주가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관리기준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노동자 건강권 보장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에서 일하는 대다수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제도개선 효과는 미미했다. 이미 노동계가 입법예고 단계부터 숱하게 지적해 온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 조치를 법 시행에 이를 때까지 바로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1년 유예되었고, 20인 미만 사업장은 제재 대상에서 완전히 누락되었다. 이처럼 사업장 규모에 따른 예외 및 유예를 두는 등 ‘모든 노동자의 쉴 권리’는 정부에 의해 분할되었다.

 

2022년 4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전국 12개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산업단지 휴게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공단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은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설문조사에 참여한 안산시흥지역 노동자 458명 중 43.2%는 ‘휴게실이 없다’고 응답했고, 2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58.5%가 ‘휴게실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제대로 된 쉴 권리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관계법령의 입법예고 시 “20인 이상 사업장의 93.2%가 휴게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조사”(’22.1.)되어 규제 영향을 받는 대상 사업장이 많지 않으리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휴게실 설치의무 적용 대상과 범위에 인입되는 사업장 비율을 애시당초 낮게 추정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개정산안법 시행령을 마련하는 시점부터 20인 미만 사업장의 영세한 경영 여건을 적극적으로 고려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단지 사업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쉴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야말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제대로 된 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월시화공단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낡고 열악한 작업환경 등으로 인해 노동자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곳이다. 정부는 영세한 사업주의 재정 부담만 걱정할 게 아니라, 쉴 권리를 박탈당한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문제부터 제대로 성찰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외면한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시흥안산지역 노동계가 손을 맞잡았다. 지난 8월 23일,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휴게권 실현을 위한 사업단>(이하 ‘사업단’)이 시흥안산지역 9개 노동단체의 참여로 구성되었다.

사업단은 50인 미만 사업장이 밀집한 반월시화공단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휴게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특히, 공단 내 공동휴게실 마련을 비롯한 휴게시설 설치의무화 사업,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휴게 실태 사진전, 휴게권 보장 정책토론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권리의 차등/위계화를 당연시하고, 사업주의 비용 부담에 대한 고려, 제도 안착을 위한 피규제자의 정책 수용성만 고려한다면 ‘모든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정부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가 삭제한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휴게권을 온전히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와 지자체, 사용자단체는 모든 노동자에게 예외 없이 쉴 권리를 보장하라!

 

 

2022년 8월 31일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휴게권 실현을 위한 사업단>

 

사업단 참여 단위 : 민주노총 안산지부, 금속노조 경기지부, 화섬노조 수도권지부, 월담노조,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사)안산노동안전센터, 안산시산업단지근로자복지관, 금속노조 시흥안산지역지회, 안산시흥비정규노동센터 / 참관 : 민주노총, 금속노조, 민주노동자 시흥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