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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획>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집에서 오염된 작업복 세탁,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안산시에 설치될까? ①

‘안산시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 수요조사 및 운영방안’ 연구 내용 공개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안산시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를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뉴스99 기자 |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복은 노동자의 안전 측면에서 매우 많은 영향을 차지한다. 작업공정이나 환경, 사용하는 물질 등에 따라 작업복은 노동자의 안전을 일차적으로 보호하는 보호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작업복들은 대부분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종류의 유해·위험물질에 오염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러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경우 작업복을 개별 노동자들이 집으로 가져가 세탁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작업복들을 지역차원에서 ‘전용세탁소’를 설치하는 사업들이 전국적으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고, 안산시도 이에 동참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산시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11일 오후2시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2022년 1월 ‘경기도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한 것을 계기로 수요조사 및 바람직한 설치 모델을 제안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시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이번 연구에는 507명의 노동자와 210명의 사업주가 설문 방식의 실태조사에 응했고, 역시 노동자와 사업주 각 5명씩 FGI(초점집단면접) 방식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노동자의 96.4%가 작업복이 있다고 답했고, 71.6%의 노동자가 오염물질에 작업복이 노출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노동자들의 63.4%가 집에서 그 작업복을 세탁하고 있고, 회사가 수거해 세탁하는 경우는 14.6%에 불과했다. 그 회사들은 주로 100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작업복을 세탁하는 노동자들은 그 이유를 ‘집이 편해서’라고 58.8%가 응답하긴 했지만 가족에게 끼칠 위생 문제에 대한 걱정, 잔존 유해물질에 대한 불안, 깨끗한 세탁이 어려운 문제점들을 토로했다. 작업복 세탁소 필요성에 대해서는 긍정응답이 4점 척도(매우그렇다~전혀아니다, 중간값 2.5) 중 1.7점으로 긍정대답이 많은 것이 확인됐다. 사업주들 또한 필요성에 대해 2.1점 정도의 긍정대답을 보였고, 비용부담에 대해 전액부담(47.7%), 일부부담(34.5%), 부담 어려움(17.8%)의 대답을 보여 사측의 긍정적인 입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연구는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9개의 세탁소 사례분석을 통해 운영주체, 운영방식, 운영의 장단에 대해서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작업복 세탁소 운영 취지가 애초에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복지측면과 노동안전측면 양측을 중심으로 설립한다고 했을 때 어떤 모델로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제언했다.

 

책임연구원으로 연구를 진행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발표를 통해 기존에 추진된 세탁소들이 대부분 ‘수요’를 창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복지측면 외에 노동안전측면을 담보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부분 지자체가 ‘자활’에 운영을 수탁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독자적으로 수요창출을 비롯한 사업 확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짚어준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안산시가 작업복 세탁소를 추진할 때는 새로운 형태의 ‘안산형’ 모델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역차원에서의 공론화와 더불어 주체를 폭넓게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3가지 정도의 수탁자 모델을 발표하며 안산시가 주체를 잘 형성할 수 있도록 하고, 근거가 되는 조례의 경우도 별도조례보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책무를 포함한 ‘산업재해 예방 및 안전보건 지원 활동 조례’에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연구 목적을 설명하며 “노공자 작업복 세탁소 운영은 소규모 사업장 노동복지사업으로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공공서비스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사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확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