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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노동자의 날’에 외치는 이주노동자들의 외침 - 왜 이주노동자는 해고를 애원하나?

사단법인 안산공동체미디어 정혜실 본부장

뉴스99 기자 |

 

5월1일은 세계노동자의 날이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6년 만에 바로 노동절 당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왜냐하면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다른 한국인 노동자들처럼 ‘노동자의 날’이라고 당당하게 쉬거나, 노조행사에 참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올해 일요일인 노동자의 날에 맞게 여는 이주노동자의 집회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노동자의 날 행사에서 가장 규모가 크게 열리는 집회에 이주노동자들도 합류하여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는 큰 물결에 합류 할 수 있었으니 더욱 그렇다.

 

1993년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할 목적으로 도입된 외국인산업연수제도가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된 시작이었다. 이후 실질적으로는 한국인 노동자와 동일노동을 하고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착취당하고, 인종차별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견딜 수 없어진 이주노동자들은 2002년 명동성당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갔다. 동시에 안산역에서 3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연수제철폐 집회를 필두로 마석, 구로, 성남, 인천, 시화, 반월, 화성, 포천, 서울 등지에서 지역투쟁을 전개했다. 이 투쟁의 결과는 2004년 8월부터 시행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고용허가제’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나아지기를 바랐던 이주노동자들은 기업과 노동자간의 상호 동등한 계약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고용허가제의 문제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고, 인권침해가 날로 악화되고 있어서 이 제도가 더 이상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특히 사업장이동의 권리제한으로 인해 직장선택이 자유롭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의 해고 없이는 변경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일터에서 폭력이 발생하고, 임금체불이 일어나고,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발생하고, 임금에서 기숙사비용을 과도하게 징수하고, 휴일이나 휴게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수당마저도 거부당하는 근로기준법63조에 의해 피해를 보는 농업이주노동자들의 문제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쌓여만 간다.

 

이주노동자에게 문제를 벗어날 최후의 수단인 사업장이탈은 미등록이주노동자로 전락하게 되고, 이는 곧 국가폭력의 수단인 단속추방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러다보니 미등록체류자가 되지 않고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고용주에게 받아야 할 임금을 다 받지 못하더라도 또는 사업주가 비용을 과도하게 청구해도 어쩔 수 없이 응하면서 억울하지만 해고해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년 집회 때마다 외치는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는 변함이 없다. 변함이 없다는 것은 제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고용주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여전히 더디다는 것이다. 그 요구안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사업장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노동허가제 실시하라!

-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보장하라!

- 임금체불, 퇴직금 떼먹기 중단하라!

- 건강보험 차별 철폐하고 건강권을 보장하라!

- 산재사망 종합대책 먀련하고 모든 이주노동자 산재보험 적용하라!

- 여성이주노동자 성차별, 성폭력 근절하라!

- 미등록이주노동자 합법화하라!

- 인종차별정책 중단하라! 차별금지법제정하라!

 

안산에는 이주민을 지원하는 단체가 70여개가 된다고 한다. 이중 주로 농업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단체인 지구인의정류장의 캄보디아 출신의 노동자들이 5월1일 집회에 참여하였다. 제조업의 다수를 이루는 반월시화공단의 이주노동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집회에 참여할 권리가 당연히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권리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운동초기 안산은 주요한 거점 지역이었다. 이제 고용허가제에서 노동허가제로의 제도변경을 요구하는 전환의 시점이다. 그러한 전환의 시기에 이주노동운동의 주요한 거점이었던 안산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실현하는 운동이 당당하게 전개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곳곳에서 열리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