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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동락(東古同樂) - 동양고전으로 세상읽기> "낮은 자세로 살라"

이영록(뉴스99 운영위원)

뉴스99 |

 

99% 시민을 위한 『뉴스 99』에 글을 연재합니다.

 

길이 안보이고 답답할 땐 잠시 서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긴 호흡으로 마음을 다잡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살맛 나는 공동체를 원하는 마음으로, 굽이굽이 우리들의 삶 속에 진실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집단의 지혜를 나누고 싶습니다.

 

‘與民同樂(여민동락) 진정한 즐거움이란 여럿이 함께 즐거워 하는 것이다.’(맹자-孟子)

삶이 함께 즐거워지기를 기대합니다.

 

 

낮은 자세로 살라

 

江海所以能爲白谷王者(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以其善下之(이기선하지)

고대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에 살았던 사상가인 노자(老子)의 글인 『도덕경(道德經)』 66장에 나오는 첫 구절입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한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뜻을 풀어보면 “강과 바다가 능히 모든 하천의 으뜸이 될 수 있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자연현상이 그렇듯이 바다가 자신을 낮추는 목적이 으뜸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소임(所任)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이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노자는 또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이 최고의 선(善)일수 있는 것은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으며, 뭇사람들이 처하기 싫어하는 곳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수선리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라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간사회와 모두 비추어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바다 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이면서 가장 큰물이듯이, 사람도 가장 낮은 자세로 소외된 곳, 억압받는 곳에 함께하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면서 가치 있는 연대(連帶)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양의 위대한 철학자들은 ‘절제(節制)’ ‘겸손(謙遜)’을 인간의 최고의 완성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적인 수양이라는 좁은 의미를 넘어서 인간다운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근본으로 최고의 인간관계론이라고도 했습니다.

 

겸손은 진정한 경외심(敬畏心)을 마음에 품는 일입니다. 아주 작은 생명체 안에도 온 우주가 들어있다는 것이 동양의 정신입니다. 겸손함은 또 인간관계에서 정중함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정중함이란 아주 사소한 것에까지 사랑과 주의를 기울이며 처음 시작할 때 만큼이나 끝마칠 때도 최선을 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정중함을 마음속에 깊이 담아 두는 것, 어렵지만 우리 자신을 지키고,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준비하는 마음이겠지요.

 

우리는 소중한 것을 많이 잃어버리고 살고 있습니다. 폭력과 억압으로 지탱하 던 권력으로 인해 어질었던 심성들이 파괴되고 살인적인 경쟁을 부축이는 자본의 탐욕으로 공동체는 무너졌습니다.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나아갈 수 없습니다. 다시 역류를 반복할 뿐입니다.

 

“盈科而後進(영과이후진) 원천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물은 밤낮을 가리지않고 흘러 모든 웅덩이를 채운 뒤에야 앞으로 나아간다.(맹자-孟子)

잠시 좋은 말과 선한 행동을 할 수 있으나 처음에 그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진정성을 갖지 않으면 오래 지속 하기 어렵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노자의 물(水)은 생명의 근원이면서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쉬지않고 흘러온 민초들의 정치학이면서 동시에 우리사회의 실천적과제이다” (신영복의 강의)

 

길게 보면 역사는 변화발전해 나간다고 하지만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기도 합니다.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는 힘은 대중에게 있다는 것은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지난 근현대사에서 경험한 바이지만 그런 힘을 조직하는 힘은 대단히 약하고 분열되어 있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反求諸己(반구제기) 화살이 과녘에 적중하지 않았을 때 자기에게서 원인을 찾는다.’(중용-中庸)

일상의 크고 작은 실패에 직면하여 잘못된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느냐, 외부에서 찾느냐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변화의 질은 변화를 바라는 주체들의 태도와 준비에 달려있다는 것이 모범적으로 해방된 세상을 열었던 나라들의 소중한 경험입니다.

 

동고동락(東古同樂) 첫 번째 글은 변화의 철학인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편에 실린 문장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사물은 궁극에 이르면 반드시 변화하고 변화하면 열리고, 한번 열리면 오래간다.’

어떤 일이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곳에 이르면 변화할 수 밖에 없고 변화하면 곧 새로운 곳으로 통하는 길이 열린다. 일단 길이 열리면 오래 지속된다. 

고정불변 할 것 같은 세상도 모순이 쌓이면 변화에 대한 요구가 모아지고 그 힘으로 새로운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