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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 눈을 감으면 가슴이 음악을 듣는다!”

(사)안산공동체미디어 정혜실 상임이사

뉴스99 |

사단법인 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은 요즘 한창 라디오제작 교육을 진행 중이다. 1기는 기본과정을 수료했고, 심화교육을 앞두고 있으며 2기와 3기가 일요일과 목요일 오전 교육을 받는 중이다. 평일 목요일 오전 3기 교육에서 ‘꿈꾸는느림보’의 발달장애인 부모이신 한 분이 내게 속삭이듯 공연에 오시겠냐며 초대를 했다. 재즈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에 자신들의 활동공간에서 앙상블 공연이 있다는 것이다. 좌석이 많지 않아서 모두 초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무조건 간다고 말하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6월 17일 오전11시를 기다렸다. 얼마만의 음악회인가 싶어 좋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발달장애인이 직업연주자로서 공연을 한다는 사실이 더 기대되었다.  

 

상록수 댕이골에 차를 가지고 들어서니 벌써 사람들이 ‘꿈꾸는느림보’에서 열리는 작은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이는 것이 보였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초대의 당사자 김선자선생님과 대표이신 류경미선생님의 환대 속에서 자리에 앉았다. 발달장애인 부모로서 단장을 맡고 있는 이옥주선생님의 수려한 말솜씨로 시작된 사회는 공연 내내 다음 곡은 어떻게 연주될까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드림위드앙상블’은 바로 발달장애인 연주자들이 소속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주로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중심으로 음악을 가르치시는 선생님 세분의 세션연주가 가미 되는 연주였다. 연주자들의 공연매너와 관객 호응유도 그리고 실력 있는 연주는 참석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박수는 연주자들과 교감되었고, 그 교감 속에서 연주 내내 행복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클래식과 가요 그리고 재즈까지 이렇게 한꺼번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할 기회가 얼마만인가 싶었다. 무엇보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연주나, 최근 인기 있었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OST까지 함께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장애인의 연주를 들을 때 비장애인들은 그래 감안하고 듣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말로써 감동을 전하기 아쉬워서 동영상에 담아 SNS공유하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안산의 420장애인연대 투쟁이 있던 날 외쳤던 슬로건인 ‘권리중심의 일자리’가 떠올랐다.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어떤 걸까? 중증장애인들이 비장애인보다 일의 능력이 떨어지니 최저임금보다 덜 받아도 된다는 제도를 당연하게 여겨도 되는 걸까? 그렇기에 ‘두빛나래’협동조합에 고용된 발달장애인의 최저임금 지급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 않은가? 당연한 일자리가 모두에게 당연하지 않은 현실이 있다. 장애인이 이동할 수 없는 사회에서 출근이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투쟁하며 지연된 지하철 안에서 한 남성 비장애인이 외친다. “왜? 출근을 못하게 방해하는 거야? 왜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하는 거야?” 그에게 물어야 한다. 오랜 세월 20년이 넘도록 출근하고 싶다는 장애인의 권리가 묵살된 것은 왜 그런 것이냐고 말이다. 왜 비장애인만 지하철 이용이 자유로워야 하는지도 말이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실력이라는 이름으로 불평등을 구조화해 온 사회가 혹시 장애인의 권리를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치부해 온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특별한 재능일 수 있다. 그래서 자칫 능력주의로 오인할 수 도 있어서 연주하는 발달장애인에 관한 이야기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옥주 단장의 말대로 타고난 천재도 있지만, 평범해도 할 수 있다는 말이 핵심이다. 그저 연습을 할 수 있고, 공간이 있고, 생계가 유지 될 수 있는 직업이 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직업연주자로서의 모습은 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직업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최근 방영된 텔레비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온 은혜씨의 모습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 개인에게만 집중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껏 장애인의 역할을 해온 비장애인의 연기력을 감탄하는 방식의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장애 당사자가 연기력을 드러내며 그 역할을 수행하며 먹고 살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특별한 몇몇의 소수에게 기회가 부여되는 연예계 사업이 아니라 우리의 다양한 모습이 드러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중증 지체장애인도, 청각장애인도, 시각장애인도 그 누구도 당연히 사회에 존재하며 이웃으로 사는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기념일이 아닌 일상에서 만나고 함께 일하며 배우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가 예산을 투여해서 그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 누구나 사회로 나가 살아 갈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