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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농촌체험기 - '숭고한 노동'

김우경 (안산청년회 청년기후행동)

뉴스99 |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에서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3박 4일간 진행하는 농촌봉사활동(이하 농활)에 참여하였다. 이번 농활은 사전 신청한 100명이 10개 조로 나뉘어 대부도 일원 농가의 농촌 일손을 돕는 활동으로 이루어졌다. 우리 조는 화성시 송산면 일대에 배치되어 농활을 진행하였다. 농활을 진행하면서 느낀 감상은 이렇다.

 

 

'벌레'

농촌에서의 경험이 없던 조원들은 밤이 되면 빛을 찾아 돌진하는 벌레 떼를 무서워하여 살충제를 옆에 끼고 지냈었다. 농촌 지역에서 지내는 일은 벌레와의 공존을 의미하여, 어느 정도는 체념하고 지내거나, 생체 리듬을 해의 시간과 완전히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특히 화장실이 마을회관 밖에 있었기에 세면 및 볼일은 웬만하면 낮에 해결해야 했다).

 

'쓰레기 문제'

학교나, 농협에서나, 농가에서나 먹거리 지원을 넉넉하게 받을 수 있었다. 다만 그 지원의 양이나 질이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정도를 넘었기에 음식물 쓰레기가 제법 발생하였다. 지원이 모자라는 것은 모자라는 대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넘치는 것은 넘치는 대로 문제가 된다. 아울러 우리가 생활했던 지역이 쓰레기 처리 대책이 미흡한 농촌 지역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내며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한 흔적들이 마을 공동체나, 자연에나 부담을 남기진 않을까 걱정되었다.

 

'농촌의 현실'

2021년도 기준으로 우리나라 총인구 중 91.8%가 도시에 거주할 정도로 도시화율이 높고,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도 1970년도에는 80.5%에 달했지만,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20년에는 20.2%에 불과할 정도로 식량 안보 관련 문제도 심각하다. 그렇다고 농사일이라는 것이 수지타산에 맞는 일인가 묻는다면,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가 존재하지 않으면 농사를 짓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농촌의 현실은 암담하다.

 

앞선 수치들, 사례들은 우리가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내용이다. 대학교에 농활이 생긴 이유는 이와 같은 현실을 보다 피부로 와닿게 하고 농촌의 해법을 고민해보기 위해 생겼다고 알고 있다.

우리가 작업하던 밭의 옆 밭에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근무하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 밭에는 우리뿐 아니라 농가 주인분의 아들, 사위 가족들도 일을 거들고 있었을 정도로, 만성적인 일손 부족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이번에 농활에 참여함에 따라 농촌에 계신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었지만, 이게 일시적인 도움에 지나지 않고, 농촌의 일손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님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이전까지 우리에게 농촌은 그저 한적하고, 힐링하고, 차를 타고 가다 보면 가끔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김을 매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는, 그런 장면만으로 남았지, 거기서 행하는 일들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는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말이야 귀어 귀농이 쉽지, 이번 3박 4일간 농활을 진행하면서, 농사일을 업으로 삼으며 지내는 분들이 얼마나 힘드신지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나처럼 특별한 계기가 아닌 이상 대학생들이 농사하며 작물을 기를 일이 없다. 앞서 이야기한 ‘장면으로 남은 농촌’처럼, 농사를 단순한 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시피 농사는 무척 손이 많이 가는 세심한 일이다. 농부의 정성뿐 아니라 날씨가 뜻에 따르지 않는다면 본전을 건지기도 어렵다.

 

이만큼 세심하고 어려운 일을 우리가 맡아 진행했기에, 우리가 농가에 누가 되진 않을지 많이 걱정되었다. 걱정했던 바와는 달리, 농가에서는 우리의 작업 속도나 솜씨에 대만족하신 것 같아 다행이었다.

 

'오로지 비어 있는 시간 누리기'

농활을 오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산더미같이 쌓인 시험공부와 과제 때문에 치열한 하루들 보냈기에, 말 그대로 ‘아무 일정도 없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 던져진 상황이 상당히 이채롭게 느껴졌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말 그대로 빈 시간였고, 그것을 반드시 무언가로 채워야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수많은 포도송이를 종이로 싸는 시간 동안, 지난 한 학기를, 주변 관계를, 나의 행동거지를 가만히 돌이켜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틈만 나면 휴대전화만 쳐다보는 세대’라는 기성세대의 편견과는 다르게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서로가 걸어온 길, 서로의 꿈에 관해 진지한 대화를 오래간 나누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간 함께 하는 시간이 길었던 덕분에 서로를 잘 이해하고, 서로가 콘텐츠가 되어 서로의 행동에 웃음이 터지는 일이 많았다. 이 역시도,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이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농촌이었고, 오로지 빈 시간을 즐기는 것이 일정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번 농활에 참여하면서 평소 우리가 알고는 있었지만 체감하지 못했던 농촌의 현실에 대해 여실히 알게 되었다. 농활의 의도에 부합하게, 포도뿐 아니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모든 음식이 땅에서 나서 농부의 손을 거친 것이고, 이분들의 숭고한 노동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서로와 경쟁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느라, 평소 잊고 살았던 여유를 찾고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고 마음껏 누리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만일 주변에서 농활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히 추천할 것이고, 다음에도 농활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한 번 더 참여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